그가 말을 걸어온다 - 지지 않는 마음, 송신도

서문

1999년, 도쿄지방법원의 패소 판결에 낙담한 사람들 앞에서 원고 송신도는 마이크를 움켜쥐고 발언한다.


“일본 정치가 놈들 봐줄 생각이었지만 역시 억울해. 하지만 우리가 이기면 큰일 나니까 져도 됩니다!
몹쓸 짓을 하고도 버젓이 있는 정치가들아! 절대로 지지 않도록 부탁합니다! ”


일본 사법부의 실망스런 판결에 송신도는 특유의 유머로 현실을 비꼬았다.

그는 말한다. 이 날의 패소 판결은 오히려 일본이 부정의(不正義)의 역사를 스스로 쓰는 것이라고, 기록될 것이라고 힘주어 발언한다. 우리가 져도 진 것이 아니라고.

2023년 11월 2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2심에서 일본국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이 판결은 1990년대부터 계속된 일본군 '위안부' 국내외 피해자들의 투쟁의 결실이고 그의 말처럼 가해자들이 기어이 스스로 남긴 오점의 결과이다.

2023년의 승리를 예견이라도 한 듯, 지지 않았다고 우리 앞에서 당당히 말하는 송신도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